산본동에 사는 수빈에게

안녕 수빈아? 


너의 고민을 들려줘서 고마워. 고3이라 많이 불안하구나. 힘들지?

'불안'하다는 건 수빈이가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고 잘 해내고 싶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. 그리고 그동안 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지만, 나는 잘 알아, 수빈이가 수빈이만의 방식으로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.  


공부를 이렇게 보면 어떨까? 수능 공부는 꼭 입시를 위한 것만이 아니야. 건강한 어른이 되어 사회에서 독립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. 어렵고 생각대로 잘 나아가지 못하는 좌절감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다잡고, 다시 툴툴 털고 일어나 도전하는 것과 같은 인내와 지혜 같은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인생의 첫 도전인거지. 이 과정에서 공부를 하는 이유, 대학에 가서 수빈이가 하고 싶은 것, 그걸 이뤘다면 또 어떤 것들을 하고 싶은지를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생각해. 


수능 시험지에는 정해진 답이 있지만, 세상이라는 시험지에는 정해진 답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. 그리고 이게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말이지. 그런 의미에서, 지금 수빈이는 건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?

수빈이는 시간을 까먹는 게 아니라 건강한 어른으로써 혼자서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과정이고, 연습 과정에서 실패와 성공 경험이 수빈이를 더욱 단단한 어른으로 만들거야. 내년에는 지금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봄꽃을 즐기자! 

나는 수빈이가 잘 할거라 믿어, 그리고 늘 응원해!